위급할때 시간이 더딘 이유?…평소보다 ‘많은 기억’ 생성 탓

위급할때 시간이 더딘 이유?…평소보다 ‘많은 기억’ 생성 탓
한겨레|기사입력 2007-12-13 20:28  
 

 
[한겨레] 사람들에겐 느린 화면처럼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듯 느껴지는 때가 있다. 자동차 사고와 같은 위험스런 순간이 특히 그렇다. 이런 순간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생생하기도 하다.

이런 느낌은 위험을 인지했을 때 두뇌 한가운데 자리잡은 편도체(아미그달라)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서 비롯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순간에는 감정적 반응을 처리하고 저장해 기억을 만드는 편도체가 평소보다 많은 기억 공간을 확보해 풍부한 기억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의학잡지 <플러스원>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베일러의학대학의 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는 “놀랄 만한 사건은 더 풍부하고 촘촘한 기억을 만들어준다”며 “기억이 많을수록, 그 사건은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이 느끼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모든 게 새로운 어린이들은 기억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많은 것을 저장하면서 풍부한 기억을 만든다. 반면, 상대적으로 새로운 게 적은 어른들은 기억 공간을 많이 준비하지 않는다. 해마다 세밑이 되면 어린이들은 숱한 추억으로 한해를 돌이키지만, 어른들에게선 “시간 참 빠르다”는 반응만 나오기 일쑤다.

위험이 닥쳤다고 해서 인간의 인지·지각 능력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50피트(약 4) 높이의 벼랑 끝에서 뒤로 넘어져 떨어지는 공포스런 상황에서, 피실험자들이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조사했다. 숫자인식 장치를 보도록 한 뒤, 평소엔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속도로 숫자를 바꿔댔다. 떨어질 때 피실험자들의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면 바뀐 숫자를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인간의 느린 화면 처리 방식은, 시간 간격을 평소보다 잘게 쪼개서 빨리 촬영한 뒤 보통 속도로 재생하는 슬로모션 영상과는 다른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분열증 등의 시간인식 장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글먼 교수는 “우리의 뇌는 (나름대로) 가상의 현실을 구성한다”며 “잘 살펴보면 실제가 아닌 환상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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